
요즘 이유 없이 가라앉고, 좋아하던 일에도 흥미가 안 생기고, 잠과 식욕마저 흐트러졌다면 그냥 기분 탓으로 넘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내 상태를 가늠해 보는 도구가 우울증 자가진단입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PHQ-9 문항을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우울증 자가진단, 무엇으로 하나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자가진단 도구는 PHQ-9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며 우리나라에서도 신뢰도와 타당도가 검증된 한국어판이 있습니다.
9개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고, '지난 2주 동안' 각 증상을 얼마나 자주 겪었는지를 점수로 매깁니다. 문항 수가 적고 답하기 쉬워 자신의 상태를 빠르게 가늠해 보기에 적합합니다.
PHQ-9 자가진단 9가지 문항
지난 2주 동안 아래 문제들로 얼마나 자주 불편을 겪었는지 떠올려 보세요.
일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거의 없음,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고 희망이 없다고 느낌,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거나 혹은 너무 많이 잠, 피곤하고 기운이 없음, 식욕이 줄거나 혹은 너무 많이 먹음이 앞쪽 다섯 가지입니다.
이어서 자신이 실패자처럼 느껴지거나 자신이나 가족을 실망시켰다고 느낌, 신문 읽기나 TV 보기처럼 일상적인 일에 집중하기 어려움, 남들이 알아챌 만큼 행동이나 말이 느려지거나 반대로 안절부절못함, 그리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거나 자신을 해치고 싶다는 생각이 나머지 네 가지입니다.



점수는 어떻게 보나
각 문항을 '전혀 아니다(0점)', '여러 날(1점)', '일주일 이상(2점)', '거의 매일(3점)'로 매겨 합산하면 0점에서 27점 사이가 나옵니다.
대략적인 해석은 0~4점 정상, 5~9점 경증, 10~14점 중등도, 15~19점 중등도-중증, 20~27점 중증으로 봅니다. 국내 연구에서는 10점 이상을 우울증을 의심하고 전문가 평가가 필요한 기준선으로 제시합니다.
자가진단의 한계, 꼭 기억하세요
PHQ-9는 우울 증상의 정도를 가늠하는 '선별 도구'이지 '진단 도구'가 아닙니다. 점수가 높다고 곧바로 우울증으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며, 실제 진단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평가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반대로 점수가 낮아도 힘들다면 그 어려움 자체가 중요합니다. 특히 마지막 문항처럼 자신을 해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점수와 상관없이 빠르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우울증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뇌의 신경전달물질 불균형과 관련된 의학적 상태입니다. 적절한 치료로 충분히 나아질 수 있으니 혼자 견디지 않으셔도 됩니다.



결과보다 중요한 것
자가진단 점수에 너무 매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점수는 지금 내 마음 상태를 한번 들여다보는 출발점일 뿐, 그 자체가 나를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변화를 알아챘다는 사실입니다. '예전 같지 않다'고 느꼈다면 그 감각을 무시하지 말고,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거나 전문가와 이야기 나눠보는 작은 한 걸음을 떼는 것이 좋습니다.
우울은 충분히 나아질 수 있는 상태입니다. 적절한 도움을 받으면 회복되는 경우가 많으니, 지금의 힘듦이 계속될 거라고 단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글은 정신건강에 대한 일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상담전화(109)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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